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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의 왁자지껄/주제도 없는 망한 일기장

나가수 김건모, 용서가 아니라 고마워 해야한다.


블로그는 정보의 나눔이고 소통의 장이며, 일기다.
오늘은 특별히 일기를 쓰듯, 눈치보지 않고 하고싶은 말을 써보려 한다.
그래서 존댓말은 하지 않겠다.

나는 IT/과학 블로거다.
지금까지 TV 프로그램에 대해 다른 블로그를 통해 소식만을 접했지,
내가 직접 그 주제를 다루어본 적은 없다.

내 집에는 TV도 없다. 그래서 굳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면 볼 수도, 볼 이유도 없다.
그런데 "나는 가수다"는 꼭 챙겨서 본다.

어제도 집에 오는 길에 친구집에 달려가 친구와 함께 나는가수다를 봤다.
노래가 나올 쯤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조용히, 그저 조용히 노래에만 집중한다.
아 이게 노래구나. 이게 음악이구나..

김건모가 떨었다. 나도 떨린다. 노래를 불렀다. 좋다.


사람들은 억지에 지쳐있다. 억지 웃음, 억지 감동..
그래서 TV에서 연기자들이 땀을 흘리고 피를 토하며 쓰러져야 감동이라 말한다.
정준하가 쓰러지고 정형돈이 토를 하면 감동이고,
몸이 약한 박명수가 몸을 사리는 것을 보고는 난리를 친다.

그렇게 피를 토하고 쓰러지고 부러져야 감동인데,
재도전이라는 이름아래에 훈훈하게 마무리 지으니 사람들은 화를 낸다.
더 이상 나가수 무대에서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없게되고,
진지하게 마이크를 잡은 손까지 떨어가며 모든 힘을 쏟아내고 난 후에야
이제는 용서해주자고 한다.

나는 가수 김건모씨에게 용서가 아닌 감사를 한다.
그저 좋은 음악을 들려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

분명 룰을 깬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편법이 아니었다. 용기였다.
애초에 누군가의 잘못은 없었다. 그냥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다. 감동이 없어서.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싸운다.
남의 얘기는 듣지 않는다. 그냥 내 생각이 옳다고 생각한다.
분명 욕을 먹어야 한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훈훈하게 마무리지어 더 감동이었다는 사람도 있다.
나도 김건모의 재도전에 눈살이 찌푸려졌던 것은 사실이다.
룰을 깨서가 아니라 멋지게 떠나지 못해서였다.
하지만 그가 용기를 내어줌으로서 다음 주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서바이벌이라는 양식에 익숙해져 있다.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신입사원..
누군가는 떨어지고 누군가는 정상을 향해 올라가야 한다.
포맷은 충분히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서바이벌의 포맷은 고정되어야 한다는게 문제다.
누군가는 탈락을 해야한다는게 문제다.

서바이벌에 나오는 그들은 꿈을 쫒는 자들이다.
하지만 나가수에 나오는 그들은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꿈이 되버린 자들이다.

그들에게 무슨 용서를 해준단 말인지 모르겠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 해야하는 것은 딱 하나. 노래다. 음악이다.
김건모가 노래로서 잘못한게 아니다.
용기를 내었던게 잘못이다. 시청자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잘못이다.

룰을 깨는데 화가 났던 것이라면 나라님들께 화를 내라.
고맙게도 그들이 하루에 백번이라도 화를 내야하는 이유를 만들어준다.




우리는 김건모를 용서해 줄 이유가 없다.
그저 한번이라도 더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할 뿐이다.

김건모의 노래를 나가수 무대에서 다시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제 그럴 수 없다. 그래서 한마디 하고싶다.
좋은 노래.. 좋은 음악..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