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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의 왁자지껄/취미 혹은 재미

내가 그린 서인영과 임수정, 오래된 스케치북에서 발견한 그림 습작들



오늘은 군대에 있을 때 그렸던 습작 2개를 올려보려 한다.

포스팅 거리를 미리미리 준비하는 성격이 아니기에 오늘은 뭘 쓸까...
고민 하던 차에 책장에 꽂혀있던 오래된 스케치북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살고있는 자취방에 이사온지 3년 만에 처음으로 꺼내든 스케치북이다.
예전에는 집중이 안되거나 심심할 때마다 어김없이 가방에서 꺼내들었던 스케치북이다.
먼지가 수북히 쌓인 스케치북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이 그림들을 그리던 때가 떠오른다.





이게 누구냐고?.. 맞춰보길 바란다...

처음엔 분명 닮았었다....
명암을 씌우면 씌울수록 다른 사람이 돼버리더라...



 



그렇다 서인영이다.
서인영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서인영이다.
말이라도 닮았다고 해주라.. 장장 10시간 걸린 습작이다..

그런데 사진을 봐도 서인영인지 못알아보겠군
4년전 사진이라지만.. 그동안 도대체 얼굴에 포샵질을 얼마나 한거야



하는거라곤 근육키우는 일 말고는 하는 일 없던 군시절에 힘이 되주던 그녀..
그녀는 다름아닌 1633 콜렉트콜 모델이었다. ㅋㅋㅋㅋㅋㅋ

저건 군대에서 정말 할짓이 없어서 시간떼우려고 대충 그린 습작이다.



그런데 괜히 그렸다.
갑자기 고참들이 지들 여자친구를 그려주란다.
그래 어짜피 밉보여서 좋을 것 없으니 그려줬다.

면회장에서 내가 그린 그림을 여자친구에게 건네주는 고참을 우연히 보게됐다.

그런데 가관이다..
지가 그린거란다....
밤새가며 그린거란다......
여자친구는 감동에 사무쳐 울먹인다..........
이런 ㅅㅂㅈㄱㅇㅅㄲㄴㅁ..............

그림을 배운 적이 없는지라, 그냥 손가는대로 그리기 때문에
하나 그리는데 장장 4~5시간은 기본으로 걸린다.
이 사건 후로는 내무실 실새인 최고참이래도 발로 그려줬다.




 


 
누가 주라고 하면 그냥 찢어서 줘버리기 때문에
지금 스케치북에 그려져있는 완성작은 2개 밖에 없더라.
하나만 올리기에는 정이 없는 것 같아서 하나 더 올려본다.

이건 또 누구냐고?..
그렇다. 닮지 않게 그리는 것도 능력이다.


 
손에 4B 연필을 들어본게 얼마나 지났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처음 그림을 그렸던 기억은 고3 자습시간 이다.
공부가 하기 싫어 무심코 연습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이상하게 잘그려지더라.

얼마 전 고등학교 동창회 자리가 마련되어 고3 적 담임선생님을 뵌 적이 있다.
한창 거나하게 취해질 때쯤, 내가 그린 최초의 그림이 선생님께 있다는 것을 들었다.
어쩌다 흘린 내 그림을 선생님께서 집에 가져가서 아직도 보관중이시라는 것이다.
가장 방황하던 때에 용기를 주신 선생님인데도 자주 연락드리려 하던게 맘처럼 쉽지가 않다..



예전에는 집중이 안될때면 연습장을 꺼내 무언가를 그리기만 하면 주위가 사라지는 그 느낌이 좋았다.
음악이 너무 좋아서 손가락이 퉁퉁 부을때까지 밤새도록 기타를 치던 그 때가 좋았다.

하지만, 뒤를 추억하는 것보다 후에 만들어질 기억을 상상하는 것이 더 즐겁다.
갈수록 하는 일이 버겁고 몸은 지쳐가지면서도, 무언가에 미쳐있는 것만큼 살맛나는 것도 없다.



친구들에게 술한잔 얻어먹고 친구들 여자친구는 많이 그려봤지만,
한번도 아버지와 어머니를 그려드릴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오늘은 오랜만에 집에 오는 길에 4B연필 한자루 사와야겠다.